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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용인이 주인? 어이없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주택법 및 주택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가 입주민단체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독소조항을 담은 준칙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개별 아파트가 관리규약을 개정할 때 참고하는 것으로 사실상 준용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지자체가 독소조항을 만들어도 개별 아파트에서는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가 마련한 준칙의 대표적 독소조항을 살펴보면 제20조 동별 대표자 등의 해임사유에 ‘관리주체(관리소장 또는 관리회사)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 또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리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때’를 우선 들 수 있다.
‘부정한 청탁’과 ‘부당한 압력’의 종류와 범위가 모호한데다 관리소장을 관리감독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또는 구성원이 관리소장의 업무와 관련한 지시를 ‘압력’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원활한 아파트 관리를 위한 입대의의 협조요청을 관리회사가 ‘부정한 청탁’으로 몰고 이를 이유로 일부 입주민들을 선동해 입대의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관리업무를 방해할 때’이다. 입대의 회장이 관리소장에게 정당한 업무지시를 내릴 경우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입대의가 관리회사에 소장 교체를 요구했음에도 관리회사가 이를 묵살한다면 이에 대한 시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고 관리회사가 이를 ‘관리업무 방해’로 규정한다면 입대의 구성원을 해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독소조항은 또 있다. 제21조 보궐선거의 규정에서 ‘동별 대표자 및 임원의 사퇴 및 해임 등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되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입대의 회장 인장과 입대의가 관리 중인 서류 및 운영비를 즉시 관리주체에 인계하여 보관하여야 한다’고 했다.
종전에는 현직 입대의 회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직전 회장이 인장 등을 보관해 관리소장 등의 권한남용에 제한을 두었는데 이번 대구시의 준칙을 따르자면 피고용인에 불과한 관리소장이나 아파트 관리회사에 입주민의 재산에 해당하는 인장과 각종 서류를 넘기라는 셈이다. 독소조항을 담은 대구시 표준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과 달리 서울시의 경우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동별 대표자의 임기제한과 입대의 운영과 관련한 독소조항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사)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회장 이재윤, 이하 전아연) 김원일 사무총장은 “아파트 소유권자들의 대의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를 관리주체에서 삭제하는 것도 문제인데 이제는 일부 지자체들이 피고용인에 불과한 관리소장이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회사를 우선으로 하는 관리규약 준칙을 들이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총장은 또 “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아연의 의견을 전혀 묻지도 않았고 그 흔한 공청회를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는 등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독선적으로 마련한 준칙은 전혀 따를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전아연은 일부 지자체들이 독소조항이 담긴 표준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고 있는데 대응해 ‘전아연 공동주택관리규약’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삼아 개별 아파트의 관리규약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창오 기자 jco4321@jkap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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