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주거공간으로만 인식되던 일부 아파트 단지가 성폭행 등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성폭행과 추행 등 범죄사례들을 보면 단지 출입구나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옆에 ‘CCTV 작동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엘리베이터와 계단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6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범죄에 빈틈이 생기게 된 이유는 지자체의 담장 허물기 사업으로 단지 주변을 둘러싼 담장을 없앤 곳이 늘어나고 있고 울타리가 있다 하더라도 허술하여 성인 남성이나 불량 청소년들이 쉽게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내 상황도 대부분의 아파트가 폐쇄회로를 설치하였지만 아직도 미설치 한 아파트가 있고 범죄 예방을 위해 꼭 있어야 할 장소에 CCTV 설치 경고문만 부착하고 실지는 설치하지 않아 곳곳이 사각지대인 아파트도 많아 범죄가 일어났을 때 속수무책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야간의 경우 경비실이 출입통제 등 1차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한 보안 시스템이 가동돼야 하나 대부분 고령화에다 순찰 인원이 모자라다 보니 순찰에 합류하여 정문이 아무 통제없이 뚫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모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퇴근하는 직장여성 A씨(44)를 납치해 강제로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머리채를 잡고 계단으로 끌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5분여 동안 경비와 이웃주민들은 아무도 몰랐다. 다행히 계단 난간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자 당황환 범인이 도망가는 바람에 탈출에 성공해 2차 피해는 없었지만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아파트는 8개동으로 구성된 비교적 큰 단지였지만 CCTV를 설치하지 않고 출입통제 보안시스템도 없어 무방비로 범죄에 노출되었던 것이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손원진 경찰교육원 교수는 “최근 5년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며 “특히 엘리베이터 주변(39.8%)과 계단 인근(27.7%)이 성범죄에 취약하고 단지내 옥상이나 지하주차장, 놀이터 등에서도 각종 범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아파트 내에는 CCTV가 촬영할 수 없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첨단 CCTV를 달아도 범죄가 발생한다”며 “아파트 범죄는 경비 인력이 충분히 있어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다수 아파트는 사람·차량 출입 통제시설을 만들어놓고도 사용하지 않으며, 조도(照度)가 균일하지 않아 밝은 곳은 아주 밝고 어두운 곳은 아주 어둡다”며 “기존 보안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조도를 균일하게 맞춰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의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들도 경비 등 감·단 근로자들에 최저임금 보장으로 인건비가 증가하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년 단위의 계약직이나 촉탁직으로 고령의 경비원을 고용하는 추세여서 고용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당분간은 아파트가 범죄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가 발생해도 단지 특성상 주민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어렵고 어느 방향으로 도주했는지 범인 검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아파트는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외부와 차단되는 구조라서 엘리베이터 외에도 주차장이나 놀이터 등이 범죄장소로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기에 단독주택처럼 치안센터와 연계한 방범 순찰의 지원과 강화, 옥상 등 범죄에 취약한 장소의 집중관리, 정부의 경비원에 대한 지원대책 등 범죄 예방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혁찬 기자 khc996@jkapt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