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부하 직원이 횡령을 했다면 상급자인 관리소장에게도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부(박석근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관리업체인 D사가 관리비를 횡령한 관리사무소 경리주임 김 모씨(38.여)와 관리소장 이 모씨(45)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 씨는 1억 4429만 원을, 이 씨는 27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는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주임으로 재직하면서 2012년 6월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난방비 명목으로 900만 원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2013년 3월 18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1억 4429만 원을 임의로 사용했다가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1년 형이 확정됐다. 김 씨는 입주자대표 도장과 관리소장 도장을 미리 찍어 예금을 인출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관리비 납부 영수증에 날인되는 은행의 ‘수납인’ 도장을 위조하고 통장 원본에 기재된 인출 내역은 수정액으로 지워버렸다.

아파트관리업체인 D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합의금 등으로 1억 5000여만 원을 지급한 뒤 김 씨와 이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씨의 횡령 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관리소장인 이씨에 대해 “김 씨가 관리비 납부 ‘수납인’을 위조한 것은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어서 발견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했다.

이선희 기자 sungod@jkap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