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설정된 유치권으로 피해를 본 입주자(매수자)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입주 후 수년이 흘러 공인중개사가 유치권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으므로 책임이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에서 이 같은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인 A씨는 공인중개사인 B씨를 통해 2012년 4월 대구 수성구의 모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4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계약이 이뤄지기 전인 2007년, 시공사인 C건설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아파트 현관문에 부착하고 디지털 잠금장치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설정했으며 그해 9월 현관문을 용접해 출입을 막았다. 하지만 A씨에게 아파트를 매매한 D씨는 매매계약 이전인 2007년 9월부터 잠금장치를 파손하고 용접된 문을 개방하고 이사를 강행했다. 이에 C건설은 D씨를 상대로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2008년 9월 부동산 가처분 집행을 마쳤다. 또한,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해 2009년 12월 ‘D씨는 C건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12년 1월 C건설이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 E씨가 같은 해 말께 해당 부동산에 대해 인도 집행을 하려했으나 이를 매수한 A씨가 점유하고 있어 불가능하자 법원으로부터 승계집행문(판결에 표시된 채권자의 승계인을 위해 또는 채무자의 승계인에 대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부여되는 집행문)을 받았고 이에 A씨는 C건설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A씨는 C건설과 'A씨가 C건설에게 합의금 25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C건설은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포기하고 명도 집행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이후 A씨는 공인중개사 B씨가 중개 대상물에 대해 유치권이 설정돼 있다는 사실이나 원소유주를 상대로 한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 집행이 이뤄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자신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를 중개, 이로 인해 자신이 2500만원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피고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중개할 당시에는 유치권이 침탈된 상태로, B씨로서는 유치권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유치권의 존재나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 집행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