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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 반려동물 이웃간 다툼 급증…관련 규정은?

   

전국아파트신문 김현주 기자=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서 애완견,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이웃간 분쟁도 심각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짓는 소리와 배변 등으로 인한 다툼은 빈도나 심각성에서 층간소음에 버금갈 정도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집 가운데 한 집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2096만 가구 가운데 21.8%인 457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가구의 비율이 2010년 17.4%, 2012년 17.9%에서 지금은 20%를 넘어선 것이다.  

동물등록제를 통해 2015년까지 등록된 반려견만 해도 97만9천 마리에 이른다.

전체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큼 아파트에도 반려동물 사육 가구가 많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분쟁은 왕왕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SH공사가 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상대로 낸 건물 명도신청 사건에서 원고인 SH공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사연은 이렇다. 50대 여자인 ㄱ씨는 지난 2015년 6월 SH공사가 관리하는 관악구의 한 복도식 임대아파트에 2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ㄱ씨에게는 종전부터 기르던 애완견이 있었는데, ㄱ씨는 당연히 이 애완견도 같이 데리고 임대아파트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애완견은 ‘도베르만 핀셔’라는 종이었는데, 덩치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도베르만 핀셔는 과거 경찰견이나 군용견 등 경호견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ㄱ씨는 입주한 지 한 달 만에 아파트를 관리하는 SH공사로부터 계약 해지와 함께 한 달 안에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ㄱ씨의 개가 짖어 대는 바람에 시끄러운 데다 덩치까지 크고 무섭게 생겨 위협을 느낀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SH공사는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공동생활에 피해를 주는 경우 임대차계약 해지와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아파트관리규약 등을 근거로 ㄱ씨에게 퇴거를 요구하다가 불응하자 결국 건물명도소송까지 내게 됐다.

ㄱ씨는 재판에서 "일정한 시간에만 개와 외출하고, 외출 시에도 목줄을 2개나 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했다"며 누구에게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상황은 ㄱ씨에게 불리했다. 관리규약과 임대차 계약서에는 '같은 층 입주민의 과반수가 동의를 하면 개를 키워도 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ㄱ씨 편을 들어 준 주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공동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경우에는 애완견의 소음이나 배설물 뿐 아니라 이웃 주민이 그 애완견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거나 애완견에 대해 혐오를 느끼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개를 키우겠다는 피고의 권리만큼, 개를 싫어하는 이웃 주민의 권리 또한 존중돼야 한다"며 ㄱ씨에게 집을 비우라고 판결했다.

결국, 주민 과반수와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반려동물을 아파트에서는 기를 수 없고, 이에 불응하면 임차인인 경우에는 퇴거조치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웃의 반려동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 직접 사육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011년 8월 판결에서 이웃 주민의 대형 애완견이 자신을 위협한다며 사육을 금지해달라는 서울 강남 한 아파트 입주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공동주택 입주자가 관리규약을 위반하여 자치관리기구나 주택관리업자가 규약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른 입주자가 관리규약만을 근거로 곧바로 위반행위의 금지, 즉 다른 주민의 애완견 사육 금지를 청구할 권리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경우 피해를 본 이웃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접근금지청구 등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반려동물 사육과 관련된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데 비해 당국의 정책대안이나 법령 정비는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법령은 공동주택에서 반려동물 사육으로 인한 분쟁해결을 사실상 주민자치 규약에 맡겨놓은 상태다.

공동주택 관리의 최상위법인 주택법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직접적인 규정은 아예 없고, 제44조에서 “시·도지사는 공동주택의 입주자 및 사용자를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준거가 되는 공동주택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하여야 한다”고만 하고 있다.

이를 받아서 주택법 시행령 제57조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관리규약의 준칙에 포함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입주자등(집주인+세입자)이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할 행위를 나열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가축(장애인 보조견 제외)을 사육하거나 방송시설 등을 사용함으로써 공동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런 주택법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제56조에서 "관리주체가 가축 사육 신청에 대해 동의를 해주려면 다른 입주자등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하고있다. 

구체적으로는 통로식은 해당 통로에, 복도식은 해당 복도 층에 거주하는 입주자등의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며,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인접 세대(직상하층 포함)의 동의는 받드시 받아야 한다.

즉,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아파트 입주자가 애완견이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먼저 위 아래층을 포함한 이웃 주민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근거로 다시 관리사무소장이나 위탁관리업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간단치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는  ► 개(장애인 안내견 제외), 고양이, 토끼, 쥐, 닭 등 가축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행위 ► 뱀, 파충류 등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행위 ► 조류를 기르는 행위(앵무새 등 작은 새만 해당)가 포함된다.

다만, 이런 동의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필요없고, 사육으로 인해 ‘이웃에게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할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법원도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

하급심 이긴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7민사부는 2006년 12월 판결에서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 관리계약서 등에 의하면 가축을 사육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관리주체의 동의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공동 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경우’에 한해 관리주체 등의 동의가 필요하며, 관리주체 동의 없이 가축을 사육해 공동주거 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경우 비로소 임대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토교통부도 같은 취지로 민원회신한 적이 있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전자민원( 2013. 7. 18) 회신한 내용을 보면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은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공동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관리주체의 동의기준은 관리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 정한 동의기준에 따라야 하며, 이러한 동의기준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공동생활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에 대한 조치’는 관리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따라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주택법령상 동의 기준은 애견 등 가축을 기르는 세대 전체가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해 (배설물을 공용 장소에 방치하는 경우 등)를 미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웃 세대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 한 애완견 등 가축을 기르는 행위 자체는 동의가 필요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소음이나 배변 등으로 이웃에 피해를 미치는 구체적인 사실의 입증이 없는 한 이웃의 동의를 얻을 필요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이 '아파트에서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것은 무조건 금지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설사 당해 아파트 관리규약으로 정했다고 해도 주택법령과 시도 준칙에 어긋나는 만큼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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