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다 언니야. 지금껏 살아와줘서. | 파란비행기 2014-05-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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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들, 이제 두달 되면 만나게 될 둘째.. 모두 나의 가장 고마운 이들입니다. 나와 매일 얼굴보고 안고 사는 가족이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 글을 쓰느라 지난 삶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그러자니 두살 위 저의 언니가 생각나네요.
저희는 부모님에게 어릴때부터 같이 맞는 신세였어요. 사실은 언니가 제일 많이 맞았고 그 다음은 저.. 세살 아래 남동생은 거의 혼나지도 않았어요. 다 큰 아이를 키울때는 실수한다하지만.. 언니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암울했어요. 언니는 밖에서는 노래도 잘하고 키크고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책도 무지 많이 보는,,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아이였지만.. 집에서는 오만 이유로 부모님께 혼나고 맞고만 지냈네요. 학교에서 칭찬을 받고 돌아와서 자랑을 해도 교만하지 말라며 나무라는 부모님을 저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자라 어찌어찌 사춘기를 힘들게 지나 제가 교환학생을 가있던 동안 언니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맞지 않은 결혼이었지만 부모님의 강요로 결혼을 하고 언니는 아이 셋을 키우며 정말 또 한 번 지옥같은 육아기를 보냈지요. 아이를 낳은 언니에게 엄마는 산후조리를 해주시기는 커녕 가스불 켜서 빨래하면 아까우니 밖에 솥단지 걸어놓고 기저귀 삶으라시대요.. 그러다 서류상으로라도 독립하고 싶다던 언니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갔어요. 그 사이 저는 결혼을 하고.. 언니가 걱정하던대로 아이를 낳자마자 저는 심한 우울증을 겪었어요. 도대체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내 부모는 왜 때렸을까 싶은 생각에 밥먹다가도 젖을 먹이다가도 빨래를 하다가도 눈물이 나와서요. 결국 멀리있는 언니의 충고대로 상담센터를 찾았고 1년 넘게 다닌 뒤에 힘들었지만 부모님 얼굴을 보고 말하기 시작했네요. 본인들의 잘못을 한낱 실수라고. 옛날엔 다 그러고 컸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던 부모님도 점점 달라지셨고 어느날 저와 남편을 앉혀놓고 눈물로 사과를 하셨어요.
언니는 이제 돌아와 어엿한 가장노릇을 하며 일하고 아이 셋을 잘 키우고 있어요. 밖에서 공부하는 동안 김치만 놓고 아이들과 밥을 먹으면서도 그도 못먹고 하루 종일 일하는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었네요. 학비가 모자라고 생활비가 모자라면 청소도 하고 매일밤 수십통씩 여기저기 편지를 써가며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를 끝마쳤어요. 난방도 못하고 지내다 폐렴이 심해져 죽을 고비도 넘겼어요. 그 옆에서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추운 날 다 떨어진 신을 신고 다니느라 발이 꽁꽁 얼었다는 조카들은 지금 구김 하나 없이 즐겁게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어요. 친구들 다 가진 스맛폰 찾지 않고 본인들 빨래는 본인이 하고 공부하는 것도 재밌다하고 외가에 가서 농번기동안 일손돕기를 자처하는 그런 아이들이네요. 그렇게 아이들을 키워내며 본인의 미래를 위해 공부해온 언니가 정말 대견합니다.
지난 연휴에 언니에게 다녀왔습니다. 제가 딱 좋아할만한 곳에 언니는 데리고가주며 아이 키우느라 지친 맘을 달래주었습니다. 언니와 언젠가 얘기하는 동안 언니는 자신이 더 제대로 보호해줬더라면 저는 언니와 같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받지 않았을것이라며 마음 아파 울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껏 언니가 살아줬고 그것도 멋지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것이 제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해주었습니다. 언니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만 보여준 어린시절의 부모님 대신 제게 부모였으니까요. 부모님께 맞으면서도 언니는 내 방패막이가 되느라 더 힘들었으니까요. 결혼하고 난 뒤 부딪히는 남편이나 시댁,, 육아에서의 고민이 생길때마다 언니는 제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그 어떤 부모나 스승이 할 수 없는 조언들을 언니는 말과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일곱살 어린 나이에 제 꿈에 언니가 꽃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꿈을 꾸었어요. 어른들께 말하니 언니가 일찍 죽는 꿈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뒤로 어린 마음에 정말 언니가 떠날까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언니 옆에서 담배피우는 친척 어른 옆에서 손부채질 해서 언니에게 연기가 안가게 하느라 노력한 기억이 납니다. 언니에게 또 다음에 만나면 말해줘야겠어요. 사랑한다구요. 부모님이 안아준 기억이 없어서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하는지.. 어렵다던 언니를 꽉 안아주고도 와야겠습니다. 고맙다 언니야. 지금까지 내 언니로 씩씩하게 있어줘서. 언니의 동생인게 참 자랑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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